Mar 2, 2019

낭비와 소비와 기억의 메카니즘

소유한 물건이 너무 많고 그 중 일년 이상동안 사용하지 않은 물건들이 방 구석 어딘가 혹은 창고에서 공간을 차지하고 있고 그것이 어떤 것들인지 내가 기억하고 있지도 않다면 그런 것들을 가지고 있고 그런 것들을 구매하고 있는 행위들을 '낭비' 라고 하고싶다. 사용하고 있지는 않더라도 나의 기억의 리스트에 정확히 존재한다면 '소비'라고 구분하고 싶다.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 내가 기억할 수 없는, 그래서 그 물건의 존재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면 낭비의 카테고리에, 아무리 많은 것들을 소유하더라도 나의 기억에 정확히 새겨지고 그래서 그 기억을 끄집어내어 언젠가 유의미하게 사용할 것들이라면 소비의 카테고리에 넣고싶다. 그래서 '과소비'라는 명칭은 의미가 불분명해보인다. 낭비와 소비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한정된 나의 기억력,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역제곱으로 줄어드는 기억력 속에 남겨질 수 있는 물건들은 점점 줄어들어간다. 나이가 들어가며 소유하는 것들을 점차 줄여가는 것이 옳다고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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