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 8, 2020

나와 나 이외의 존재

내가 생각하는 바 철학적인 우주의 기본 원리, 혹 본질은 나, 즉 내 사고의 중심, 내 인식의 중심, 내 존재의 중심으로서의 나 자신과 그 것을 둘러싼 그 이외의 것의 존재이다.


마치 빅뱅이 하나의 점이 폭발하여 우주가 되었다고 하듯이(빅뱅 이론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하나의 점만이 존재하는 상태와 그 이후의 하나의 점 이외의 것들이 존재하는 상태는 엄청나게 다른 - 우리가 인간으로서 상상할 수 없는 차이 - 것이다. 우주는 수많은 존재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는 결국 '나 자신과 나 자신이 아닌 복수의 것들'이라고 정리될 수 있다. 공간과 시간은 나 자신이 아닌 것들이 다시 나 자신으로 환원되지 않도록 하는 그 무엇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러한 사고의 종말엔 '하나님'의 존재에 대한 생각이 있다. 나 자신과 그 이외의 관계가 가장 처음 나타난 것은 하나님 자신이다. 하나님은 우주의 창조 이전에 존재하셨다. 신비로운 것은 하나님은 그 자신 유일한 존재이시지만 동시에 삼위 - 성부, 성자, 성령 - 으로 존재하신다는 것이다. 즉 하나님은 자신의 존재, 즉 자신 이외의 것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도 그 자신 안에 타자 - 자신 이외의 존재 - 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나님이 원래부터 삼위일체이셨는지, 아니면 자신안에 자신을 타자화시킨 자신을 창조하면서 그것이 우주의 시발점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하나님의 삼위일체는 우주의 근본원리를 담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우리가 경험하는 물질적 우주는 하나님의 삼위일체보다 단순하다. 나 자신과 그 이외의 것들이 확실히 분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오직 심리적 '동일시', 'projection' 등을 통해서 비슷하게 느낄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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