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물리학과 화학은 서로 다른 분야로 존재하는 걸까? 겹치는 부분도 상당히 존재한다. 물리화학이라는 분야도 있는 것을 보면. 생물학과 물리학은? 물론 겹치는 부분이 있다. 그런 겹치는 부분들은 비교적 최근에 발달한 분야들이다. 물리, 화학, 생물, 각각의 학문은 각각의 분야에 매우 집중되어 있고 오랜 시간동안 과학자들은 그 각각의 분야를 깊이 파고들어왔으며 자신만의 지식과 학문방식을 세우기 위해 상당한 시간동안 그 분야를 집중적으로 공부해야 한다.
현세의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학문과 직업들이 이와같이 '특화'되어있다고 할 수 있는데, 각각의 분야가 가지고 있는 지식과 방법론의 양과 깊이가 한 인간이 어느 수준 이상으로 섭렵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한 사람이 한가지 이상의 분야에서 어느 수준 이상 오르기란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직장이란 곳은 이러한 한 분야에 정통한 사람들 다수, 혹은 정통한 분야가 서로 다른 그룹들이 모여 있는 더 큰 그룹이라 할 수 있을것이다. 서로 다른 분야의 그룹들은 또한 서로 소통하기 위해 그 소통에 특화된, 혹은 많은 분야들을 아우를 수 있는 Generalist들을 필요로 한다. 건축가는 이러한 Generalist 의 좋은 예이다.
일상생활 자체, 혹은 이 세상 자체, 혹은 자연계는 이렇게 Special한 분야가 따로 존재하고 그 매개체가 따로 존재하는 시스템이 아니다. 모든 것이 섞여있으며, 모든 것이 함께 발생한다. 생물학의 대상들은 물리학의 법칙 속에서 존재하며, 화학적인 현상을 겪으며 살아간다. 동시에 그 중 한 그룹인 인간들은 경제적인 활동을 하며 공학의 도움을 받고 법률체계를 만들어간다. 삶은 일종의 Continuum이다. 직업은 이 Continuum의 다양한 단면들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다양한 단면들을 쉽게 다룰 수 있도록 각종 소프트웨어가 발달했다. 그리고 이 각종 소프트웨어는 운영체제라는 다른 층위의 소프트웨어를 통해 하드웨어를 활용하여 우리를 도와준다.
하나의 AI가 현제 이러한 각종 소프트웨어가 하는 서로 다른 special한 일들을 그만큼 잘 처리하면서 이 소프트웨어들의 자리를 위협하는 현실이다. 만약 개개의 소프트웨어들이 더이상 필요가 없어진다면 그 다음은 운영체제일 것이다. 운영체제는 더이상 필요하지 않고 AI가 그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하드웨어에 얹혀진 AI, 그것이 현재 컴퓨터의 다음 단계의 모습일 것이다. 그 다음은 책상 위에 덩그러이 놓여진 움직이지 않는 박스 형태의 컴퓨터 본체가 움직이는 로봇의 형태로 바뀔 것이고 이 단계에서 컴퓨터와 AI, 로봇이 융합된 형태는 더 이상 사람이 전원을 켜고 무언가를 입력하면 출력물을 내어놓는 기계가 아닌 인간의 삶에 완전히 융합된 그 무언가가 될 것이다.
이 새로운 존재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질문과 대답이 완전히 융합된 존재일 뿐 아니라, 그러한 융합의 과정에서 위에 말한 각종 분야의 지식들을 모두 융합시킨 거대한 지식들이 담긴 Generalist이기도 하다. 직업이란 것이 더이상 존재할 수 없다. 이것들은 그 순간 필요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이러한 미래에는 어떤 특정한 직업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직업이라는 개념 자체가 사라질 것이다. 그러한 것들은 모두 과거를 회상하는 영화 속에서나 다뤄질 일이다. 그런데, 그런 영화같은 상황이 현실이 된 세상에서 영화와 현실을 분간할 수 있을까.
직업이 사라지면 경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 자연계에서 낮은 엔트로피의 상태, 즉 어떤 에너지가 특정 시간과 특정 공간을 점유하고, 그 에너지가 다른 시간대의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는, 질서 있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고 그러한 질서, 양상을 우리는 자연과학이라는 렌즈를 통해 이해하는 것이다. 경제도 마찬가지이다. 모든 사람이 똑같은 제화를 가지고 있고, 똑같은 필요/충분 조건을 가지고 있다면 어떠한 경제활동이 발생할 수 있을것인가. 세상의 현실이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 즉 엄청나게 낮은 엔트로피 상태이기 때문에 - 경제활동이 발생할 수 없는 엔트로피 무한의 상태에 도달하는 것은 엄청나게 긴 시간이 필요할 수 있겠으나, 그 과정중에는 우리가 예상하지 못하는 많은 부분에서의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한 건축가가 구조, 공조, 전기, 조명, 음향 등 엔지니어들의 도움 없이 완벽한 집을 설계하고, 컨트랙터 없이도 그 설계를 바탕으로 공사를 마칠 수 있다면 얼마나 많은 직업이 의미 없어질 것인가. 심지어 집주인이 이 건축가의 도움도 필요없고, 대출과정을 도와줄 론 오피서도 필요없고, 모기지 변호사, 부동산 중개인마저 필요없을 수 있다.
이러한 Annihilation by Generalization이 삭제하기 힘든 것은 이미 주어진 매크로 환경, Geography같은 것이다. 생산을 위한 원재료가 저 멀리 있다면 그 사실 자체는 바꿀 수 없다......
학문 분야는 사라질 것이고, 직업도 사라질 것이다. 어느 특정 학문과 직업이 없어진다기 보다는 궁극적으로 그러한 분류 자체가 사라질 것이다. 그러한 현상을 미리 보여주는 것이 각종 소프트웨어가 AI로 대체되는 현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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