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 21, 2020

Value

 세상은 무엇이든간에 가치를 부여하기를 원하는 것 같다. 가치있다, valuable 이라는 말은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하나의 통일된 잣대로 비교하여 무엇이 더 긴지, 무엇이 더 짧은지를 확인하려는 생각, 그 통일된 하나를 찾고자 하는 마음. 

가치있는 것과 가치 없는 것은 무엇일까? 그 누구에게도 더이상 사용되어지지 못하고, 기억되어지지 못하고 의미를 잃어버려 존재의 마지막 장소인 쓰레기 소각장에 버려지는 것들은 정말 "가치"라는 인식의 지평선을 넘어가버린걸까?

세상은 점점 가치중심적이어져간다. 즉 무언가의 존재의 의의, 의미를 다른 무엇으로 환산될 수 있는 가능성의 정도에 의해 판단한다는 의미이다. 가치가 있다, 가치가 없다라는 말, 그 생각 자체가 옳은 것인지 질문을 던지지 아니할 수 없다. 그리고 그 가치의 잣대는 아주 쉽게 많은 경우 '돈'이 된다. 누구에게나 가장 중요한 생명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는 말에는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그마저도 실제의 상황에서는 돈으로 환산되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돈으로 생명을 구하고, 돈이 없어 생명을 잃고, 생명을 빼앗은 행위에 대해 돈을 지불한 후  - 그 지불한 양이 적절하는 아니든 - 다 갚았다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우리 삶의 형태가, 그리고 색채가 점점 돈에 물들어가는 것을 느낀다. 우리는 주변을 느끼고, 관찰하고, 사유하고 소통하고 그러면서 그 안에서 행복과 의미를 찾기보다 점점 주변을 돈, 가치로 치환되는 것들로 채워가고 있다. 온갖 물질, 물건들로 채워가고 있고 그마저도 오래 지속되어서 나의 존재에 닮아가는 것이 아니라, 나의 중심에 가까와지는 것이 아니라 나의 겉모양에 자국만 남기는 것들로 바뀌어가고 있다. 

예전엔 물건들을 하나 갖게되면 고장이나도 고쳐서 사용하고 오래 간직하면서 그 시간을 통해 많은 이야기와 의미를 쌓아갔다. 그런것들은 그 주인에게 의미있는 것들이 된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들을 고칠 수 없고, 자꾸 새로운 것들이 나와서 몇년 지나면 더이상 사용할 수 없게되어 새로운 것으로 바꿔야만 한다. 나와 소통하고 시간을 보내면서 서로 닮아가고 그렇게 의미가 더해지는 경험을 할 수 없게된다. 그런 개인적인 의미가 없는 것들은 오직, 돈으로만 환산되어지는, 비용으로 계산되어지는, 순간적인 가치로만 판단되어진다.


<이모티콘>

어렸을 적 추억과 기억이 담긴 장난감, 물건, 책... 생명이 없는 것들이지만 나의 존재와 나의 감정이 녹아들어가 있는 존재들이 있었다. 나의 주변과 나의 시간을 채우는 것들이었다. 그리고 타인과의 만남, 교재에서 그것들을 통해 은유적인 감정과 삶을 나누기도 했다. 지금의 아이들은 그 대부분의 시간을 아이폰같은 디바이스들로 채우고 있다. 이 물건들은 '소통'이라는 미명하에 너무나도 직설적인 관계를 맺게한다. 얼굴을 맞대고 사람들이 나누게 되는 미묘한 관계와 소통이 점차 힘들어진다. 얼굴을 맞댈 때, 우리는 말이 없이 소통하기도 하고, 미묘한 표정, 제스처, 주변의 변화에 대한 반응등으로 소통한다. 테크놀로지는 말, 텍스트에 의한 직접적이고 명확한 소통을 강제한다. 

내 속에서 반복되고 무르익고 넘쳐서 터져나오기도 전에, 생각이 생산하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소통하라고 테크놀로지는 부추긴다. 온갖 이모티콘은 나의 진짜 미묘한 감정 자체가 아닌 가장 근사한 것을 그 리스트중에 하나를 고를 수 있을 뿐이다. 아... 나의 감정을 선택해야 한다라니...


<속도전>

세상은 너무 빨라지고 있다. 느린것은 가치가 별로 없고 빠른 것에 더 많은 가치가 부여된다. 얼마나 빨리 충전할 수 있는지, 얼마나 빨리 많은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지... 

하나님은 천천히 하셨다. 하루는 이것, 그 다음날엔 저것... 이런 식으로 천지를 창조하셨다. 지금의 디지털 시대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금은 하루도 아니고 나노세컨드에 모든 일을 끝내야 한다. 멀티 쓰레드로 말이다. 

1 comment :

  1. 다행히 예술은 남아있다. 악기를 다루고, 그림을 그리고 조각을 하고, 삶의 공간을 만드는 것... 절대 속도를 낼 수 없고, 속도가 의미없어지는... 하지만 가치라는 녀석은 그 곳에도 스며들어있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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